13. 한국 전통목가구 (전통목가구의 도면과 상세)-박영규

한국 전통목가구

 

한국의  정통 목가구는 정선된 아름다움의 대표적 공예품으로 일반인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그간 어렵게 전승되어 온 목가구들의 보존과 계승을 위해 다양한 연구 발표와 함께 박물관과 갤러리 등의 전시가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반인들 사이에서 재현 또는 창작으로까지 발전하여 현대 생활 속에서 조화를 이루려는 시도 역시 활발히 번져가고 있다. 이 책은 사랑방 가구를 중심으로 구성되고 안방가구와 주방가구 몇 점이 첨부되어 있다.

 

제1장 - 한국 전통 목가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목가구 삽도와 함께 그 특성을 해설하였다.

 

제2장 - 목가구 중 유형별로 형태와 비례 면에서 뛰어난 가구 30종을 선정하여 실측도면과 함께 짜임, 상세 부분 도면, 사진을 실었다. 또 목가구의 특성과 제작기법에 대한 해설로써 제작이 가능하도록 하고, 유형별로 우수한 가구 200개를 선정하여 그 흐름과 특징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제3장 - 목가구의 기본인 짜임/이음새 구조도면 60종, 금속 장석 558종, 목공구 68종, 목재 질의 현미경 사진, 목공 용어 등을 보여줌으로써 그 제작의 구성요소 이해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외 주택/가구 배치의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실생활에서 전통 목가구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의 전통 목가구]

 

인류는 인류 화석 시기인 약 400~100만 년 전부터 주변의 돌, 나뭇가지, 짐승의 뼈 등을 주워 사냥, 채집, 방어의 여러 용도에 적합하게 사용하였다. 이후 도구의 사용이 더욱 활발해져 돌을 깨뜨리고 쪼개어 사용하는 뗀석기 시대와 같아서, 사용하는 간석기 시대에는 이를 활용하여 나무를 용도에 맞게 자르거나 쪼개고 깎아서 보다 편리한 생활을 누렸다.

 

동과 철의 발견으로 금속을 녹여 도구를 제작했던 청동기/철기시대에는 단단하고 날카로운 도끼, 자귀, 칼, 톱 등의 무기와 농기구 그리고 목공도구들을 생산했다.

 

목재는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부드럽고 가벼우며 연한 섬유질로 되어 있어, 어떤 형태로든 자유롭게 제작이 가능하다. 목공구들의 활용으로 주거공간의 개선과 그릇을 비롯한 생활용구 제작, 선박에 이르기까지 목재는 필수적인 자연 재료로써 널리 활용되었다.

 

그러나 청동기/철기시대부터 삼국/고려시대 고분에서 발견되는 금속 유물과 도/토기 유물의 숫자와는 대조적으로, 소수의 칠기 제품 외에는 찬란했던 공예문화를 갸름할 수 있는 공예품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그 당시 어떠한 용도와 형태의 기물들이 사용되었는지 짐작하기 어렵다. 이는 목재질이 연약한 섬유질로 구성되어 쪼개지거나 땅속에서 쉽게 부식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은 잦은 외세의 침략으로 전래품의 숫자가 매우 적은 편이며, 6.25 전쟁으로 그나마 남아 있던 목가구들이 소실되었다. 또한 서구적 생활양식의 도입으로 목가구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거나 옛것에 대한 취향과 사고가 변하면서, 전통을 유지하고 보존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오늘날 조선시대 전기에 제작된 현존 유물은 드물며 17세기 이후 제작된 목가구들이 대부분이다.

 

목가구를 비록한 한국의 목공예품은 장식적이고 인위적인 면보다는 자연 재료를 사용한, 순수하고 소박한 미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한반도의 자연환경과 지역적 특성을 잘 반영하고 사회적 규범, 생활양식, 용도와 재질에 따라 강한 개성과 건강한 조형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전통 목가구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자연 환경적 특성, 주택 양식의 특성, 생활공간별 특성, 제작 기법과 장석 등으로 구분하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자연환경적 특성

 

기후적 특성 - 사계절로 인한 한서의 차이가 심한 환경에서는 목가구의 짜임과 이음에 대한 구조적 복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에 비교적 넓은 판재로 구성된 장과 농의 전면은 쇠목이나 동자 등의 골재로 분할하고, 머름간이나 쥐벽간, 복판 등의 좁은 면들로 재구성했다.

 

판재를 골재에 흠을 파고 끼워 넣었는데 이때 풀을 사용하지 않고, 흠 안에서 판재의 수축 팽창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면분할은 서랍이나 여닫이문 그리고 수장을 고려하고, 또 전체 힘의 균형과 조화를 위해 계획적인 디자인 시도가 필요했다. 조선시대 가구의 선과 면의 배분은 한국적인 독특한 비례로 발달하였는데, 가구에서 뿐만 아니라 오늘날 어떠한 주거 양식이나 실내공간에도 잘 어울리는 미적 감각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면분할

 

지형적 특성 - 장과 농을 살펴보면은 느티나무나 물푸레나무 등 목리가 고운 판재에 조각을 넣은 유일한 보성장, 화려한 금속 장석과 아름다운 자연 무늬목의 장과 농의 전면 판재 둘레에 뇌문을 상감한 통여장, 반닫이와 장을 겸용한 전주장 등이 가구의 형식을 보이고 있다. 또한 좌경, 빗접, 반짇고리 등 안방에서 사용하는 많은 가물들이 고유의 형태와 사용된 목재, 금속 장석들이 강한 지방색을 띄고 있다.

 

전주장

 

2. 주택양식의 특성

 

주택양식 - 한국의 가옥은 바닥에서 열을 가하는 온돌 형식으로, 방고래를 여러 갈래로 만든 다음 그 위에 두꺼운 판석으로 구들장을 놓고 진흙으로 메운 후, 장판을 발라 방바닥에서 생활했다.

 

겨울철에는 두꺼운 판석이 열을 오랫동안 본존 하므로 난방 효과가 높고, 여름철에는 찬 돌의 냉기가 전달되는 자연친화적 환경을 고려한 평좌식 생활이었다.

 

겨울에는 천장이 높으면 윗바람이 세어 방바닥의 열기만으로는 일상생활을 하기에 부족하므로 천장을 낮게 하고, 또 방바닥이 넓으면 불을 지피는 아래 목에서 멀어져 열기가 윗목까지 전달되기 어려우므로, 방의 폭과 길이를 좁혀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이 되도록 건축했다.

 

따라서 실내의 가구들은 천장의 높이와 앉은 키에 맞춰 제작되었고, 좁은 공간과 앉은키에서 사용하기 편리하고, 시각적으로도 어울리는 아담하면서도 정리된 선과 면들로 짜인 형태로 갖춰지게 되었다.

 

 

사회규범적 특성 - 조선시대는 일찍이 도입된 유교적 관념에서 남녀유별의 이념이 강조되어 사랑채를 중심으로한 남자의 공간과 안채를 중심으로 하는 여성의 공간으로 분할하여 사랑채와 안채 사이에는 담을 치고 문을 달았다. 중문이 열렸을 때 마당에서 안채의 내부가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중문 간의 안채 쪽에 내외벽이나 내외 담을 치기까지 했다.

 

집에 따라서는 안채로 드나드는 문을 따로 내어 내외 관습을 지키기도 하였다. 이렇듯 대가에서는 사랑채와 안채로 구분되나, 서민들의 일반적인 ‘ㄱ자’ 형 가옥에서는 부엌과 안방 그리고 대청을 건너 사랑방이 있다.

 

안방과 사랑방 사이의 대청은 비교적 좁은 주택 구조에서도 독립되고 안정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사회적 규범 속에서 남성과 여성의 공간이 명확히 구분되어 개성이 뚜렷한 생활문화가 형성되었다. 그곳의 가구들은 형태와 용도에 따라 형식, 구조, 재질, 무늿결, 비례, 색채 등에서 독특한 조형 양식으로 발전되었으며 이 또한 목가구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안채와 사랑채 분리

 

3. 생활공간별 특성

 

남성 생활공간/사랑방

 

사랑방 가구들을 기능에 따라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글을 읽고 쓰기- 서안, 경상, 서탁, 서견대  

벼루 보관- 연상, 연함, 연갑

책 보관- 책탁자, 삼층탁자, 책장, 책궤

종이 보관- 지통, 고비

붓 보관- 필통, 필가, 필격

중요 기밀 보관- 문갑, 머릿장, 이층장, 갑게수리

끽연 도구 정리- 재떨이, 장죽, 장죽 거리, 연초합, 재판

의관 보관- 의걸이장, 갓 통, 망건통, 탕건 총, 관모함

등기류- 촛대, 등가, 좌등

기타- 목침, 팔걸이, 좌장, 죽부인, 평상, 돗자리, 수로, 부손, 부젓가락, 타구, 보료

 

목공 재료로는 가볍고 광택이 없으며 부드러우면서도 소박한 멋을 풍기는 오동나무가 주로 사용되었다. 표면을 인두로 지져 짚으로 긁어내면 단단한 나뭇결이 살아나는 낙동 기법으로 묵직하면서도 검소한 분위기가 선비의 기품을 잘 표현하고 있다.

 

"느티나무로 제작된 서안은 무늬가 강하여 정신을 흐리게 하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고 할 정도로 사랑방 용품들은 의식적인 치장보다는 안정된 분위기를 얻고자 목재의 선택에도 신중했다.

 

여성 생활공간/안방

 

안방에서 사용되는 가구들을 기능별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중요 기물 수납- 머릿장, 문갑, 함과 상자, 혼수함

의복 수장- 이층농, 이층장, 삼층장, 의걸이장, 실함, 함

화장용구 보관- 좌경, 빗접, 비녀함, 패물함, 주련경

바느질 용구- 반짇고리, 실패, 자, 수틀, 화로, 부젓가락, 인두

글 읽고 쓰기- 서안, 연상, 필통

등기류- 등가, 촛대, 좌등

 

안방의 가구들은 대개 의복을 넣어두는 장과 농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함 등의 수납가구를 두었다. 뚜렷한 사계절로 인해 철마다 다양한 의복이 필요하고 , 또 유교의 영향으로 관혼상제에 따른 예복도 마련해 두었다.

 

이런 의복들을 보관하고 손쉽게 꺼내기 위해 장과 농이 발달했으며, 깊숙하고 편리한 이층 농과 삼층장이 널리 사용되었다.

 

대가에서는 안방의 측면에 긴 고방이 있어 장들을 널어두고 창호지를 바른 창살문으로 닫아 복잡한 실내 분위기를 정돈했다.  

 

무쇠 장석을 즐겨 사용하는 사랑방 가구에 비하여, 주석/백동으로 꽃과 새 문양을 오려 경첩과 앞바탕 장석, 귀장석 등에 부착하여 광택이 나면서 장식성이 강조된 가구들이 사용되었다.

 

그 외 사물을 깊이 보관하는 머릿장/문갑, 몸의 단장을 위한 좌경, 빗접/빗, 바느질을 위한 반짇고리/자/실패 등이 안방의 분위기를 꾸미고 있다.

 

부엌 가구

 

구식기 또는 반찬 보관- 찬탁, 찬장

곡물 보관- 뒤주, 궤

음식 운반 또는 식탁- 소반

   *지방별- 해주반, 충주반, 나주반, 통영반, 강원반

   *유형별- 호족반, 구족반, 마족반

   *기능별- 공고상, 원반, 찻상, 목반

음식을 씻거나 운반- 함지, 이남박

찬을 널어 나르고 보관- 판합

 

부엌에는 2~4개의 아궁이에 솥을 걸었는데, 가마솥은 물을 끓이거나 메주용 콩을 삶기도 하며 조청을 만들기 위해 엿기름을 삶기도 했다. 찬이나 찌개는 아궁이의 불을 조금 내어 삼발이를 얹어서 사용하거나, 화로에 불을 피워 준비하기도 했다.

 

부엌 한쪽에 물을 담아두는 물항아리나 물두멍(솥)을 놓았다. 부뚜막 위에 간이식 선반인 살강을 길게 설치하였는데, 살강은 대나무로 엮은 발 또는 통판으로 만들어 씻어서 올려놓는 그릇의 물기가 잘 빠지도록 했다.

 

또 한쪽에 작은 마루를 내어 찬장이나 찬탁을 두어 항상 쓰는 식기류나 반찬들을 보관하였다. 벽면에 선반을 매달아 소반, 목판, 이남박 등을 올려놓았다.

 

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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