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 책 리뷰
- 2019. 5. 26. 17:33
[김신회]
보노보노에게 첫눈에 반했다가 살짝 지루해했다가 또다시 생각나서 푹 빠졌다가 한참 안 보고 있다가도, 불쑥 떠올라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정주행 하기. 이 과정을 반복하는 사이에 어느새 보노보노를 친구로 여기며 살고 있다.
보노보노만큼이나 겁 많고, 포로리처럼 고집이 세고, 너부리인 양 자주 직언하는 사람. 전반적인 성격은 너부리에 가깝다는 것을 자각하고 가끔 반성하면서 지낸다. <서른은 예쁘다>, <여자는 매일 밤 어른이 된다>, <모든 오늘은 떠나기 전날>등을 썼다.
# 진정한 위로는 내가 받고 싶은 위로
어느 날 보노보노는 ‘곤란함’에 대해 고민한다. 보노보노는 문득 배가 고파지면 곤란하니까 늘 조개를 들고 다닐 만큼, 곤란해질 것에 대해 미리부터 걱정하면서 산다. 그럼 모습을 보고 너부리는 나중에 곤란해하면 될 것을 왜 지금 곤란해하냐며 쏘아붙이고, 포로리는 당사자가 더 고민하며 분위기를 다운시키는 데 반해, 야옹이 형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보노보노, 살아 있는 한 곤란하게 돼 있어.
살아 있는 한 무조건 곤란해.
곤란하지 않게 사는 방법 따윈 결코 없어.
어때?
이제 좀 안심하고 곤란해할 수 있겠지?
그저 그 마음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게 침묵이건, 농담이건, 그저 경청하는 태도 건... 진정한 위로는 내가 받고 싶은 위로다.
(살면서.. 참 많은 위로를 받아왔는데, 정말 내가 필요한 위로는 내가 받고 싶은 위로였다. 내가 잘못을 했어도 상처 받은 내 마음 또한 보듬어주며 그저 내 편이 돼주며 내 마음을 알아주며 토닥토닥해주면 마음이 금방 풀렸었다.
그 순간 내 편이 되어 준다고 해서 내가 상대에게 잘못한 것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그저 그 순간만큼은 나도 위로받고 싶어서였을 뿐이다. 요즘 주위에서는 위로랍시고 지적하고, 네가 잘못했네, 왜 이렇게 속좁아, 네가 이해하고 넘겨라라는 말을 듣곤 한다.
속으로 난 생각한다. 위로 아닌 위로를 받아도 별 감흥 없으니 그냥 가만히 있던가, 침묵하던가, 혼자 있게 내버려두지?!... 오히려 나를 더 못나게 만들어버린다.)
# 꿈 없이도 살 수 있으면 어른
어느 날, 보노보노의 숲 속 친구인 울버는 탈모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탈모에 좋다는 건 다 시도해보지만 좀처럼 머리카락은 다시 나지 않는다. 보노보노와 친구들은 울버의 탈모가 나아지도록 도와주면서도, 머리카락이 빠지는 게 왜 이상한 건지 이해가지 않는다.
그저 머리가 다시 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답답할 뿐이다. 하지만 속상한 울버는 그들에게 이렇게 중얼거린다.
머리가 벗겨지는 건 쉬어.
그걸 포기하는 게 어려운 거야.
노력해도 안 되는 일에 집착하고 마는 자신에게 스스로 뒤통수를 때리는 울버. 어른이 되어서도 이루지 못한 꿈을 놓지 못하는 어른들을 설명하는 말로 이보다 적절한 말이 또 있을까.
어른은 비록 꿈은 없을지 몰라도 세상 물정은 안다. 포기할 때와 그만둬야 할 때가 언제인지도 알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는 현실도 안다.
그러니 만약 자신이 어른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꿈 없이도 살아가는 나를 장하게 여기며 살자. 어른이란 칭찬해주는 사람은 없어도 스스로를 다독이며 사는 사람이니까. 꿈 없이도 살아간다는 것, 그건 또 다른 재능이다.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평범한,
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는 사람들이다. 나처럼.
언젠가 우리가 마주치게 된다면 서로를 알아볼 것이다.
서로에 대해 실컷 투덜대다가 좋아하게 될 것이다.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이상한 사람은 있어도도 나쁜 사람은 없으니까.
[리뷰]
보노보노라는 만화는 알고는 있었지만 책을 통해 처음 캐릭터들을 알게 됐다. 요즘 이런 에세이 책이 인기가 많은가 보다. 나도 여러 권 갖고는 있지만 솔직히 표지가 예뻐서 구입한 책이었다.
읽다 보면 공감되는 내용도 많고, 오히려 요즘엔 사람보다 이런 책에서 위로를 많이 받는 듯하다.
잘은 모르겠지만 오늘도 재미있는 일이 시작된다! 분명히 그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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