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목가구에 쓰이는 목재질
- 책 리뷰/한국 전통 목가구
- 2019. 8. 12. 16:48
한국 전통 목가구에 쓰이는 목재질
한국의 지형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어 기온의 차가 심하고 산지가 많아 수종이 다양하여 용도에 따라 적기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재목을 구하기가 용이하다.
또 뚜렷한 사계절로 인한 나무의 아름다운 무늿결은 가능한 인공적인 면을 줄이고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나타내려는 한국적 미의 개념과 상통하여 복잡한 장식이나 조각, 칠 등으로 목가구를 치장하는 것을 대신하였다.
더욱이 사랑의 문방 생활에서는 단순과 검소함이 강조되었으므로 자연 목리를 활용한 가구들이 주류를 이루었으며, 간혹 취향에 따라 정교한 조각을 새긴 것도 있다.
학문을 중시하고 청빈검약을 생활태도로 하는 선비의 사랑방과 그곳의 가구는 단순하고 검소하게 보이는 소나무와 오동나무가 주로 사용되고, 가정생활의 중심이며 여성들의 생활공간인 안방의 가구는 아름다운 나뭇결의 느티나무, 물푸레나무, 먹감나무가 애용되었다.
무거운 유기나 사기그릇들을 사용하는 부엌에서는 수분에 강하고 힘을 지탱할 수 있는 소나무 골재와 판재, 무늬가 아름다운 느티나무 판재가 사용되었다.
나무의 나이테는 켜는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 무늿결이 나타난다. 장과 농, 문갑 전면의 복판이나 쥐벽간의 판재는 느티나무, 물푸레나무, 단풍나무 등의 아름다운 자연 무늬결로 장식 효과를 대신하고, 기둥이나 쇠목, 문변자와 같이 힘을 받는 골재는 참죽나무, 소나무, 배나무 등의 단단한 곧은결이 사용된다.
1) 소나무
한옥의 기둥에서부터 실내 가구에 이르기까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수종으로 수축팽창의 변화가 별로 없고 우리나라 전역에 산재되어 있다.
나뭇결이 고우며 기름칠 없이 걸레질만 해도 윤기가 나고, 시각은 물론 촉감도 부드럽고 안정되어 보인다. 이로써 검소한 선비 취향에 잘 맞아 서안, 연상, 서류함 등 문방가구에 애용되었다.
또 가구의 기둥과 쇠목, 동자 등의 골재와 장/농의 양 측면과 뒷면 판재로서도 폭넓게 사용되었다. 습기에 강하고 단단하여 찬장과 찬탁, 뒤주, 소반 등 주로 부엌가구와 통목의 속을 까뀌로 깎아내는 대형 함지,이남박 등에도 사용되었다.
2) 오동나무
습기에 약한 물품들을 보관하는 데는 오동나무가 제격인데 이는 특수한 섬유질로 인해 건습 조절이 용이하고 판재를 얇게 켜고 터지지 않고 가볍기 때문이다.
넓은 판재로는 장/농/함 등을 만들고, 좋은 무늿결의 판재는 사랑방용품인 책장/서류함/서안/문갑의 복판재로써 활용되어 서류나 의복, 중요 기물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널리 애용되었다. 그 외 필통/지통/연상/망건통/탕건통/갓통/고비/상자 등 문방가구와 거문고/가야금/양금/장구 등 악기의 울림통 제작에도 사용되었다.
결혼 때 새살림의 장과 농에 필수적으로 사용되어 혼수목이라고도 한다. 판재의 색이 희고 무른 점이 흠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바깥 면에 사용할 때는 표면을 뜨거운 인두로 지진 후 볏짚으로 문질러 부드러운 섬유질은 털어 내고 단단한 무늬결을 남게 하는 낙동법을 사용한다.
판재의 표면이 검고 광택이 없어 검소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사랑방용품 재료로서 적격이다.
3) 느티나무
느티나무는 동네 어귀나 쉼터에서 그늘을 만들어 주는 정자목으로 수명이 길며 높고 굵게 잘 자라는 나무이다.
다른 수종에 비해 무늿결이 다양하고 독특하게 생성되어 목가구의 형태와 쓰임새에 따라 알맞은 부위의 성질과 무늿결을 선택하여 사용한다.
나뭇결이 그림을 그린 듯한 아름다움이 있는 반면 분명하고 강한 느낌도 주고 있어 남성과 여성용품에 널리 사용되었다.
옹이나 밑동 근처의 용이 뒤엉킨 형상의 무늬목을 용목이라 부르는데 상자나 소품의 판재 또는 미장재료로 널리 활용된다. 그러나 건습에 예민하여 수축팽창의 폭이 심하고 비틀리는 단점이 있다.
반닫이와 돈궤 등에서 두꺼운 판재로 사용할 때는 사개물림으로 견고하게 짜 맞추는데 단단하고 묵직한 형태와 아름다운 선회나뭇결이 잘 어울린다.
4) 단풍나무
색이 밝고 눈매가 곱고 단단하며 윤기가 난다. 나뭇결의 특이한 조직은 편광효과를 보여 보이는 각도에 따라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옹이나 뿌리 근처의 목리는 용이 꿈틀거리는 듯한 아름다운 목리를 갖고 있어 장과 농의 복판재와 서류함에 사용된다. 판재로도 널리 쓰인다.
5) 물푸레나무
나뭇결이 아름다워 느티나무 목리와 비슷해 보이며 색이 밝다. 옹이 부분은 용목과 같이 목리가 아름다워 장, 농의 앞판재와 서류함의 판재로 쓰이며 넓은 판재로도 사용한다.
6) 은행나무
은행나무는 비교적 넓은 판재를 구할 수 있으며 얇은 판재를 사용해도 터지거나 휘지 않아 소반 제작에 많이 쓰였다.
또 탄력이 있어 흠이 잘 생기지 않고, 좀이나 벌레가 쏠지 않으며, 가벼워서 운반에도 편리하므로 예로부터 소반의 재질로 널리 이용되었다. 행자목에 옻칠된 소반은 상품으로 취급되었다.
눈매가 곱고 탄력이 있어 깊고 다양한 기법의 조각재로 적당하여 장과 농, 가마, 좌경 등의 판재로도 사용되었다.
또 두껍고 넓은 목재를 손쉽게 구할 수 있고 강한 무늿결이 없이 전체가 고르며 부드럽기 때문에 항아리, 병, 제기, 바리때와 같이 물레로 회전시키며 칼로 깎아내는 가리질용 재료로도 사용된다.
7) 감나무
단단한 감나무에 자연적인 검은 먹이 들어 있는 먹감나무는 추상적인 독특한 무늬가 황갈색을 띄고 있는 바탕과 어울려 부드러우면서도 향토색이 짙은 장식적 효과를 내고 있다.
이 나무는 궤처럼 넓고 두꺼운 판재를 사괘물림 하여 사용할 때는 무리가 없으나 얇게 사용하면 쉽게 비틀어지거나 터지기 때문에 변화가 별로 없는 소나무나 오동나무 판재를 뒷면에 엇갈리게 붙여 부판으로 제작한 후 사용한다.
사랑방의 문갑/탁자/머릿장/연상/필통 등 문방가구에 사용되었고, 장식적이면서도 안정된 느낌으로 안방의 문갑/장과 농/좌경/빗접 등 여성용품에도 애용되었다.
주로 전라도 지방에서 생산되는 가구에 많이 나타난다.
8) 배나무
배나무는 눈매가 곱고 탄력 있고 단단하여 대추나무, 회양목 등과 함께 인장이나 선초 등 정교한 각을 내기 위한 조각재로 쓰인다.
또한 매우 단단하여 크기에 비하여 무거운 힘을 감당할 수 있으며, 무늿결이 강하지 않아 시각적 부담을 주지 않으므로 탁자, 장과 농의 기둥과 쇠목, 문변자 등 골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9) 참죽나무
참죽나무는 굵은 선의 나뭇결이 느티나무와 닮아 곱게 보인다. 또한 느티나무에 비하여 뒤틀림이 별로 없고 큰 힘을 견딜 수 있어 책장, 탁자, 문갑 등 비교적 힘을 많이 받는 가구의 기둥과 쇠목, 문변자 등의 골재로 사용되며 특히 붉은색을 띄고 있어 목리가 돋보이는 검은 오동 판재와 잘 어울린다.
10) 피나무
피나무는 강원도 산간 지방을 비롯한 우리나라 전역에서 널리 자라고 있는 수종이다.
비교적 부드럽고 온순한 재질과 넓고 두꺼운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어 자귀나 까귀로 속을 파내는 대형 함지와 목물레인 가리방으로 회전시켜 제작하는 원반 등에 사용된다.
또 대형 함이나 궤, 장과 농의 판재로도 사용된다.
11) 박달나무
단단하고 눈매가 고와 조각재로 사용하지만 얇은 판재로는 비틀리기 쉽다. 주로 무게와 굵은 골재가 요구되는 홍두깨, 다듬잇방망이, 육모방망이 등 특수한 용도로 사용된다.
12) 가래나무
단단하고 질기며 비교적 가볍다. 골재와 판재로 쓰인다. (장,농,소반,함)
13) 호도나무
비교적 단단하다. 판재나 통목으로 쓰인다. (장, 농, 소반, 함지박, 궤)
14) 피나무
무르고 질기다. 판재나 통목으로 쓰인다. (함지박, 원반, 공구)
15) 벚나무
단단하고 잘 틀어진다. 판재나 골재로 쓰인다. (장, 농, 목공예 소품)
16) 엄나무
단단하고 목리가 아름답다. 판재나 골재로 쓰인다. (궤, 상자)
17) 느릅나무
단단하고 질기며 무겁다. 판재나 골재로 쓰인다. (가구, 건축재)
18) 참죽나무
단단하고 무겁다. 판재나 골재로 쓰인다. (장, 농, 탁자, 농기구, 도구)
19) 참나무
단단하고 질기고 무겁다. 골재로 쓰인다. (궤, 공구)
20) 밤나무
단단하고 습기에 잘 견딘다. 골재로 쓰인다. (주독, 악기)
21) 버드나무
무르고 가벼우며 탄력이 있다. 판재나 통목으로 쓰인다. (함지박, 나막신, 바구니)
22) 잣나무
가벼우며 비틀리지 않는다. 판재나 통목으로 쓰인다. (칠기 백골)
23) 춘양목
소나무의 일종으로 무르고 기름이 많으며 윤기가 난다. 판재, 골재로 쓰인다. (궤, 장, 농)
24) 향나무
단단하고 향내가 난다. 판재나 골재로 쓰인다. (향, 조각재)
25) 단풍나무
단단하고 윤기가 난다. 비틀어지기 쉽다. 판재로 쓰인다. (장, 농, 함, 문갑)
26) 조록나무
제주도 특산으로 자연적인 구멍이 있고 단단하다. 판재나 골재로 쓰인다. (반닫이, 장, 농, 문갑)
27) 화류나무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원산으로 단단하고 윤기가 있다. 골재와 판재로 쓰인다. (의걸이장, 삼층장, 교자상)
[박영규 - 한국 전통목가구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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